Completion over Perfection

[22/06/17]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요약 본문

경제

[22/06/17]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요약

난차차 2022. 6. 19. 22:20
반응형

1. 새 정부, 대출규제 완화방안 내놨다... 핵심은?

 

어제 윤석열 정부는 대출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정확하게는 “대출규제의 정상화”라고 얘기했죠. 이미 예정되어 있던 내용 외에 규제 완화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올 3분기 중 시행될 예정입니다. 당장 다음 달부터 3분기이긴 하지만 시간은 조금 걸릴 거로 보고있습니다.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생애 최초로 집을 사는 경우 LTV가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규제에는 변화가 없고, 생애최초 주택 구매에만 추가되는 거라 일단 지금 어떤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지 간단히 살펴보죠. 

 

현재 규제 지역의 경우, 집값 대비 40~50%까지만 대출이 가능합니다. 만약 서민 실수요자에 해당하면 여기에서 10~20%포인트 더 받을 수 있어서 최대 60~70%까지도 가능은 하죠. 다만 최대 한도는 4억 원까지고, 서민 실수요자의 요건 또한 1) 무주택세대주이고, 2) 소득은 생애최초라면 9천~1억 원 수준, 3) 집값은 8~9억 이하인 경우에만 해당됩니다. 쉽게 말해, 9억짜리 집을 사려면, 대출금 4억 빼고 5억은 내 돈이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이번에 완화되는 내용은 여기에 추가로, 생애최초 주택 구입 세대는 지역에 상관없이 LTV 최대 80%까지 가능하고 한도도 6억 원까지로 늘려줬습니다. 쉽게 말하면, 생애 최초로 집을 사는 사람은 내 돈으로 1.5억 원만 있으면 7.5억 원짜리 집을 6억까지 대출받아 살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보다 더 비싼 집은 내가 가진 돈이 더 필요하겠지만요. 

 

지금은 어떨까요? 내 돈 1억 5천으로 서울에서 살 수 있는 집은, 투기과열지역에서는 3.75억, 서울 외곽의 조정대상지역에서는 5억 원짜리 집까지만 대출을 껴서 살 수 있습니다. 

 

“집값 제한이 없지만 대출 한도는 6억이다... 그럼 집값 제한이 사실상 7억 5천까지라는 얘기군요.” - 이진우 -

 

- 계속 ‘생애 최초’ 얘기를 하는데 기준이 뭐야?

 

해당 세대를 구성하는 모든 세대원이 평생 단 한 번도 집을 소유한 적이 없어야 합니다. 다만 부부라면 세대가 분리되어 따로 살고 있어도 한 세대로 칩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에서 주택의 기준은 분양권과 입주권을 포함하고, 주택법상 모든 주택이 해당합니다. 아파트를 분양할 때 주택에서 제외해 주는 소형주택이나 소형저가주택 등도 생애 최초에서는 무조건 주택으로 칩니다. 

 

완전 소유가 아니라 지분을 일부를 가지고 있었던 것도 해당됩니다. 예를 들어, 부부가 공동명의로 집을 취득했다가 이혼을 했다면, 집을 팔아도 생애 최초에 두 사람 다 해당되지 않습니다. 만약 부부 중 한쪽의 명의로 집을 취득했다가 이혼한 경우라면, 명의가 없었던 쪽은 생애 최초의 대상에 포함됩니다. 

 

쉽게 말해서, 등기부등본상에 소유주로 이름이 올라간 적이 한 번도 없다면 생애 최초에 해당한다고 보면 됩니다. 

 

- 생애 최초에도 해당되고, LTV도 80%야. 근데 DSR 규제는 어떡해?

 

최대한도인 6억을 대출받으려면, 연 4%의 금리에 30년 만기로 했을 때 연봉이 8,600만 원 이상이어야 합니다. 이 DSR 규제는 그대로 두고 LTV만 늘어난다면 별 의미가 없겠죠. 그래서 1) 대출의 만기를 늘려주는 방안 2) 청년층이라면 '장래 소득'을 지금보다 유리하게 반영해 주는 방안도 추진합니다. 

 

우선 청년층은 지금 소득이 적지만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비교적 높겠죠. 이걸 반영해 주겠다는 건데, 연령과 대출만기에 따라 추가로 인정해주는 소득이 조금 다릅니다

 

추가 인정되는 소득을 간단히 보면, 24살까지는 최대 50% 정도 즉, 연봉이 3천만 원이면 연봉의 50%를 더한 4,500만 원까지는 장래 소득으로 봐준다는 겁니다. 29살은 30%, 34살까지는 13% 정도를 더 인정해줍니다. 

 

하지만 35살부터는 5~6% 정도고, 40살 이상은 인정되는 장래소득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근로소득자에만 한정되는 내용이라, 나이가 어릴 때 집을 사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 방안은 큰 소용이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이제 대출만기를 늘려주는 방법이 남았는데요, 우선 보금자리론의 경우 DSR 규제에서 제외되니 상관이 없습니다. 적격대출의 경우에는 DSR 규제에 해당은 되지만 만기 30년을 초과하는 대출은 나이에 제한을 둡니다. 40년 만기 대출상품은 만 39세 이하 또는 신혼부부, 50년 만기는 만 34세 이하 또는 신혼부부에게만 가능합니다.

 

“DSR 규제를 피해가려면 결혼을 좀 늦게하면 된다?... 대출해주려고 여러 방법 찾아보느니 거치로 이자 갚다가 옮기는 걸로 해도 될 거 같은데요...” - 이진우 -

 

 

2. 주식 관련 세금 내용도 있었는데... 어떤 게 달라질까?

 

주식과 관련한 세금은 딱 두 가지입니다. ‘거래세’ ‘양도세’. 부동산 거래와 같습니다. 

 

거래세는 말 그대로 주식을 거래할 때 내는 세금인데요, 매매할 때 무조건 0.23%를 뗍니다. 손해를 보고 팔아도 뗍니다

 

반면 양도세 주식을 팔아서 차익이 생기면 그 차익에 대해서 매기는 세금입니다. 차익이 생긴다고 무조건 내는 건 아니고, 대주주 요건이라고 해서 연말에 종목당 10억 원 이상을 들고 있는 사람에게만 매기는 겁니다. 그러니 대다수의 일반 투자자들은 양도세를 낼 일이 없다고 보면 됩니다. 

 

“회사원은 돈을 많이 벌면 세금을 내는데, 주식투자는 회사를 다니기만 해도 세금(거래세)을 내라는 얘기니까... 이걸 바꾸자는 얘기군요” - 이진우 -

 

- 정부가 거래세와 양도세를 합해서 ‘금융투자소득세’라는 걸 걷겠다고?

 

방금 전에 양도세는 대주주 요건에 맞는 사람만 낸다고 했죠? 이번에 정부가 말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대주주 요건에 맞지 않아도 주식투자로 연간 5,0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면 그 수익에 대해서 20%를 과세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금투세가 원래 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 거였는데요, 정부가 이걸 2년 간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그렇다고 2년 뒤에 바로 또 시행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어제 브리핑 내용을 잘 보면 “2년 후에 하겠다”가 아니라 “2년 후에 상황을 봐서 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2년 후에도 시행될 거라는 보장은 없는 셈이죠. 

 

반대로 이럴 수도 있습니다. 금투세를 2년간 유예하려면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하거든요. 이게 현 야당인 민주당이 추진하던 내용이라 정부의 유예하자는 의견이 통과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내년 1월부터 이 금투세는 그대로 시행되는 것입니다.

 

- 국회 논의 과정을 좀 지켜봐야겠네... 유예되면 2년 동안은 변화 없지?

 

만약 ‘금융투자소득세’가 2년간 유예된다고 해도, 주식 관련 세금에 약간의 변화는 있습니다. 

 

현재 0.23%만 걷는 거래세의 세율을 조금 낮춰 앞으로 0.2%만 걷습니다. 거래세의 세율이 낮아서 얼마 안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게 연간 6~10조 원 정도 걷히는 세금입니다. 술에 걷는 세금, ‘주세’가 대략 3조 원 정도 된다는 걸 고려할 때, 거래세를 좀 깎아주기로 했으니 여기서 들어오는 세금이 줄어들게 되겠죠. 

 

연말에 종목당 10억 이상 들고 있는 대주주에게만 걷는 양도세는, 100억 원이상 들고 있는 대주주로 바꿉니다. 주식 양도세는 특정 날짜에 10억 이상을 갖고 있는 사람만 대주주로 보고 세금을 물리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수정이 없고 금액만 올린 거죠. 주식을 100억 이상 보유한 대주주는 아주 극소수이기 때문에 사실상 양도세는 폐지된 것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한편 가상자산 거래차익에 대한 세금 부과, 이른바 '코인 양도세'도 관심을 모았죠. 이것도 몇 번이나 미루다 내년부터 매기는 걸로 했었는데, 이 또한 2년 후로 미뤄졌습니다. 

 

공교롭게도 내년부터 매기려 했던 ‘금융투자소득세’와 ‘가상자산 거래차익세’를 둘 다 2년 후로 유예했습니다. 왜 2년 후인지 생각해보면 2년 후 4월 총선을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옵니다. 2년 후 총선 결과를 보고 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죠. 

 

“선거는 계속 있으니 앞으로 계속 미뤄지겠네요. (웃음)” - 이진우 -

 

 

3. 금리가 오르면서 ‘영끌’로 집 산 사람들, 얼마나 부담 늘었나?

 

기대 출자 중 서민 실수요자라면 보금자리론이나 적격대출같은 30년 고정금리 대출을 받았을 테니 문제가 없습니다. 집값이나 소득요건이 잘 안 맞아서 은행 대출로 집값을 충당했다고 해도 대부분 5년까지는 고정금리인 혼합금리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으니 이런 분들도 앞으로 2~3년은 괜찮습니다. 

 

지금 금리 상승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변동금리 대출을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금리가 바닥이었던 2년 전보다 대출액이 1억당 월 5만 원 정도 부담이 늘어난 셈인데요.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는 최저점이었던 2020년 9월 0.8%에 비해 지금은 1%p 조금 넘게 오른 1.98%입니다. 가령, 4억을 대출받았다면 2년 전쯤에는 매월 150만 원 정도 상환하던 걸 지금은 172만 원 정도 상환하게 되는 겁니다. 

 

4억에 월 20만원 정도 차이가 사실 크다면 크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규제 내에 있는 은행/저축은행/보험사 금융기관 등의 담보대출만 이용한 경우라면, LTV는 물론 DTI, DSR이 모두 적용되면서 소득에 기반해 대출을 받는 겁니다. 즉, 상환능력이 있다고 보는 사람에게 내준 대출이라서, 신경은 좀 쓰일 수 있어도 당장 ‘하우스 푸어’가 되는 걱정까지는 과하다고 보입니다. 

 

금리가 한창 높았던 10년 전 코픽스는 3.63%였습니다. 지금보다 1.65%p 높은 수준인데요, 이렇게까지 올라가도, 월 상환액 부담은 대출액 1억당 9만 원 정도 올라갑니다. 부담이 늘기야 하겠지만 대출만기를 늘려서 갈아타면 충분히 상쇄가 가능한 부분이죠. 

 

- 새로 대출받는 사람한테는 그래도 금리 상승이 부담이 좀 될텐데?

 

"이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7%에 육박하니, 서울에서 집 산 사람은 가처분 소득의 70%를 대출 갚는데만 쓰게 된다!" 이런 식의 기사들도 보이는데요, 사실 이건 심한 과장이 섞인 내용입니다. 

 

요즘 대출받는다고 하면, 금리는 1~2금융권 통틀어 3% 후반에서 4% 초중반대에 형성됩니다. 중도상환수수료 부과 기간이나, 금리 고정기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죠. 연 7%짜리 금리는 은행 고정금리 중 최상단 금리이거나, 신용 점수가 나쁘거나, 규제로 인해 더 이상 대출을 못받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P2P로 대출받을 때나 가능한 금리입니다. 

 

물론 앞으로 금리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지금보다 금리가 2배는 넘게 올라야 하는 정도라 아직 우려할 단계는 아닙니다.

 

 

4. 임금피크제, ‘나이 차별이라 무효? vs 괜찮다!’... 어떡하라는 거야 ㅠㅠ

 

지난달 임금피크제는 나이로 차별하는 것이라 무효라고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법원이 ‘임금피크제는 괜찮다’고 판결을 내놨습니다. 왜 이렇게 다른 판결이 나오는 것인지 손경제가 다뤄봤습니다.

 

우선 어제 판결부터 살펴보면, 소송을 낸 주체는 KT의 전현직 직원 1,312명입니다. KT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인데요, 지난 2015년 노사 합의로 도입된 임금피크제는 무효이기 때문에 그동안 깎아서 지급한 임금을 지급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소송에 대해 어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KT의 임금피크제는 문제가 없다고 판결을 한 것이죠. 

 

- 왜 이번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 거야?

 

지난번에는 대법원이 무효라더니, 왜 이번에는 괜찮다는 것이냐, 많은 분이 헷갈리실 텐데요. 지난 대법원 판결과 이번 서울중앙지법 판결 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임금피크제가 ‘정년유지형’이냐, ‘정년연장형’이냐 하는 점입니다. 

 

‘정년유지형’은 말 그대로 정년을 연장하는 게 아니라, 정년은 그대로 두고 임금피크제만 도입한 것입니다. 지난 달 대법원이 무효라고 판단했던 건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이라는 공기업의 사례였는데, 여기가 바로 ‘정년유지형’을 택한 곳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정년이 61세였는데, 정년 연장 없이 55세부터 임금이 깎이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습니다. 업무량은 줄어들지도 않고 정년도 늘어난 것도 아닌데 임금만 깎인 것이니, 대법원이 봤을 때 ‘이건 임금피크제로 특별히 좋아진 것도 없고, 임금만 줄어든 경우니까 아무리 노사 합의했다고 해도 고령자 차별에 해당하므로 무효!’라고 판결한 것입니다. 

 

한편 이번 KT의 경우는 다른 점이 바로 KT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는 것입니다. KT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건 2015년의 일인데요, 이때 KT의 정년은 만 58세였습니다. KT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정년을 60세로 늘리고 대신 56세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노사가 합의했습니다. 

 

그러니까 앞선 사례와 달리 무조건 임금이 깎인 것은 아니고, 그만큼 정년이 늘어났다는 보상이 함께 들어있었던 것입니다. 이건 직원들 입장에서 크게 나쁠 것이 없는, 정당한 임금피크제 도입이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 그럼 이제 ‘정년유지형’는 다 무효고, ‘정년연장형’은 다 괜찮다는 얘기야?

 

현실적으로 그렇게 나뉘는 경우가 많겠지만, 사실 이게 무조건 결정적인 기준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정년을 연장해줬음에도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이 나온 사례가 있거든요. 

 

정년 연장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1) 임금피크제를 불가피하게 도입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상황이었는지, 2) 임금피크제로 깎인 임금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이 있었는지, 이게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볼게요. 예를 들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더라도, 깎인 임금이 훨씬 많다면 이 경우는 적절한 보상을 해준 게 아닌 것으로 보고 법원은 무효로 판단합니다. 실제로 작년에 ‘대교’라는 학습지 회사가 학습지 교사들의 정년을 2년 연장하는 대신 임금피크제를 이른 경우에는 44세부터 도입했습니다. 연장된 건 2년인데, 10년 이상 임금이 깎이는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서, 법원은 “이런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니까 임금피크제로 인해 생기는 손실과 정년연장으로 들어오는 이익이 최소한 균형은 이뤄야 한다는 게 법원의 생각이군요.” - 이진우 -

 

반대로 이번에 적법하다고 판결이 난 KT의 경우,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는 56세부터 매년 10%씩 깎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기존 정년이면 56세부터 58세까지 총 2억 원을 받고 은퇴했겠죠. 그런데 늘어난 정년이면 56세부터 60세까지 9천, 8천, 7천, 6천, 이렇게 줄어들긴 하지만 총액은 3억 원입니다. 58세 정년일 때보다 금액은 더 많아지죠. 

 

이런 식의 임금피크제는 결과적으로 직원들에 충분히 보상한 임금피크제로 판단되어, 고령자 차별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었는지도 중요합니다. KT는 당시 실적이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단기 순손실만 1조가 넘을 정도였기에 임금피크제에 정당성이 더 부여된 겁니다. 임금피크제는 “그냥 저 임금피크제 선제적으로 도입할게요!”라며 시행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회사가 정말 어려워져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KT가 그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법원이 본 것입니다. 

 

- 과거 60세 정년이 법으로 정해지면서, 가만히 있어도 정년이 연장될 거 같은데?

 

조금 애매한 부분이긴 하지만, 지금 법원의 판단은 “어쨌든 KT는 정년 연장된 데에 대한 보상을 했다”고 본 것이죠. 재판부의 논리를 조금 더 설명해볼게요. 

 

정년 60세 의무화는 2016년부터 법으로 시행됐는데, 국회에서 정년 60세를 의무화해야 한다며 고령자고용법을 개정한 건 그보다 3년 앞선 2013년이었습니다. 즉, 법만 먼저 바꾸고 시행은 3년 이후인 2016년에 도입한다는 설계였던 겁니다.

 

당시 정년을 55세나 58세로 두고 있던 기업 입장에서는 ‘몇 년 있다 무조건 정년 60세로 해야겠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사이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자!라는 얘기가 같이 나온 겁니다. 원래 법적으로 정년 60세로 늘려야 했던 건데, “임금피크제로 임금 좀 깎는 대신 정년 60세로 늘려줄게~”라는 게 무슨 보상이냐, 법 개정 때문인 거 아니냐, 이렇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법원이 정년연장을 일종의 ‘보상’으로 판단한 이유는, 당시의 법 개정이 “정년을 연장하라”는 것이 아니라,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이전의 권고 조항을 “정년은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으로 바꿔놓은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법 문구 자체로만 따지면 “정년을 60세로 ‘해야’ 한다고 했지, 내가 언제 ‘연장’하라고 했냐?” 이런 논리가 되는 겁니다. 즉, 실제로 정년이 58세에서 60세로 늘어났어도 이건 법이 연장을 강제한 건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법원은 꼭 해야 할 필요는 없는 정년연장을 KT가 임직원에게 해준 것으로 보고, 이걸 ‘보상’으로 해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