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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7]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요약 본문
1. 대법원, ‘임금피크제’는 불합리한 연령차별이다?
어제(26일) 대법원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으로 차별하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판결을 내놨습니다. ‘임금피크제’는, 노사 합의를 통해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임금을 깎되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거나 연장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우리나라 임금피크제의 기본 틀은 일본에서 가져왔습니다. 일본은 고령화가 가속하면서 고용 기간을 늘릴 필요성이 커졌고, 60세 정년을 의무화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습니다. 현재는 65세까지로 정년을 늘렸고요.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초중반부터 공기업과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됐고, 2015년에 본격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확산했습니다.
그런데 이 임금피크제에 대해, 단순히 연령을 기준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온 겁니다. 한 연구기관에서 2014년에 퇴직한 연구원 A씨가 임금피크제로 인해서 받지 못한 임금차액을 지급해달라고 소송을 냈는데요, 8년 만에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A씨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 재판의 주요 쟁점은 뭐였어?
핵심 쟁점은 해당 연구기관의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는지 여부였습니다. 고령자고용법 4조의 4를 보면, ‘모집/채용 등에서 연령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임금과 임금 외의 금품지급 및 복후생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이유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죠.
해당 연구기관의 임금피크제가 이걸 위반했는지가 쟁점이었는데, 이곳은 노사 합의로 2009년 1월, 만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습니다. 근로자의 과반으로 조직된 노조가 동의하면 모든 근로자에게 임금피크제를 적용한다는 판례도 있어서, 이곳에서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는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1심과 2심은 “원고(A씨)를 포함한 55세 이상 직원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 때문에 차별하는 것”이고, 따라서 “고령자고용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피고(연구기관)의 직무 성격에 비춰 특정 연령 기준이 불가피하게 요구된다거나, 이곳의 임금피크제가 근속 기간의 차이를 고려한 것이라는 사정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이만을 조건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노사 합의와 상관없이 무효라는 결론을 낸 겁니다.
- 법원에서 얘기하는 합리적인 이유라는 게 뭔데?
연령에 따라서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처우에 차별이 있더라도 그 ‘방법이나 정도’가 적정하지 않으면 합리적이지 않다고 보는 겁니다. 그러면서 임금피크제가 효력을 인정받기 위한 구체적 기준도 제시했는데요, 1) 임금피크제 도입목적의 타당성이 있어야 하고, 또 2)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을 위해 적용됐는지, 3) 임금삭감이 된 만큼 업무량과 업무 강도는 줄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합의하면 사실상 끝입니다. 별도로 법리를 검토해주는 절차나 기관은 없습니다. 현재 300명 이상의 사업장 중 조금 넘는 정도(52%)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있고,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이번 판결이 나오면서, 임금과 고용을 교환하는 형태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은 모두 무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파장이 많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2. 손흥민 선수가 들고 온 ‘골든 부츠’도 관세 내야 할까?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손흥민 선수가 아시아 선수 최초로 유럽 빅리그 득점왕에 오르면서 많은 축구팬들도 꿈꾸는 듯한 한 주를 보냈습니다. 국가대표 친선경기 일정을 위해 지난 24일 귀국한 손흥민 선수의 손에는 득점왕에게 주어지는 트로피인 ‘골든 부츠’가 들려있었는데요, 공항에서부터 큰 화제가 됐었죠. 저희 손경제는 여기서도 어떤 경제적인 포인트를 다뤄볼까 하다가, 손흥민 선수의 금빛 트로피에 집중해봤습니다.
일반적으로 해외에서 금을 사거나 선물을 받은 금괴, 금화, 금거북이 등을 한국에 가지고 들어오면 3% 관세를 물립니다. 여기에 부가세 10%도 붙죠.
그런데 손흥민 선수가 이번에 가져온 ‘골든 부츠’는 순금이 아닙니다. 이건 그냥 축구화 모양의 석고 틀에다가 알루미늄 쇳물을 부어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금색 칠을 한 겁니다. 순금이 아니니까 일단 금에 매겨지는 관세는 당연히 매기지 않습니다.
참고로 국내 프로야구에서 시상하는 골든 글러브는 진짜 글러브에 금칠을 해서 만든다고 하네요. 그래서 마음 먹으로 실제로 경기할 때 그 글러브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 만약에 손흥민 선수의 트로피가 순금이다! 그럼 관세를 내야돼?
만약 트로피가 전부 금이다? 그래도 관세를 내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관세법에는 ‘관세 면제 조항’이 있기 때문인데요, 여기를 보면 “우리나라 거주자가 외국에서 받은 훈장, 표창장 등에는 관세를 매기지 않는다”고 되어있습니다.
관세와 부가세를 매기는 기준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지만, 기본적인 원칙은 ‘외국에서 가지고 오는 물건이 재산가치를 가지느냐?’, ‘가지고 오는 이유가 상업적 목적인가?’, 이 두 가지입니다.
그런데 외국에서 받은 표창장이나 훈장은 재산가치가 있다고 해도 소액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리고 표창장이나 훈장, 상장을 들고와서 상업적으로 판매할 가능성도 현저히 적다고 보기 때문에 관세를 면세해주는 겁니다. 그래서 올림픽 메달은 금, 은 구리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관세를 매기는 게 맞지만, 면세 조항에 따라 관세를 물리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손흥민 선수가 받아온 골든 부츠는 금이 아니다, 그래서 금에 물리는 관세는 안 물린다, 설령 그게 진짜 금이었어도 관세 면제 조항에 따라 관세를 안 내도 된다’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취지는 알겠는데요... 거대한 순금 트로피를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외에서 ‘표창장’ 명목으로 이렇게 들여오면 어떡해요?” - 이진우 -
“그럼 검사합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표창장을 순금을 크게 주는 게 어딨습니까? (웃음)” - 박세훈 -
3. 한은, 기준금리 인상... 앞으로 금리 인상 폭과 속도의 향방은?
한국은행이 어제(26일) 기준금리를 1.50%에서 0.25%포인트 인상해 1.75%로 조정했습니다. 15년 만에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이미 시장에서 전망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파장을 일으킨 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진 건, 앞으로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것인지, 올리면 얼마나 올릴지, 또 얼마나 빠른 속도로 올릴 것인지 등이었는데요, 관련 소식에 대해서 손경제가 자세히 다뤄봤습니다.
지금 한은이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물가 상승'입니다. 그래서 한은이 언제까지 금리를 올릴 것이냐는 질문은, 물가가 언제까지 상승하고 잡힐 것이냐는 질문과 비슷합니다.
여기에 대해서 어제 한국은행이 물가 전망치를 다시 내놨는데요, 올해 물가가 평균 4.5%까지 올라갈 거라고 봤습니다. 참고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물가 상승률이 4.7%였습니다. 즉, 한은이 보기에 금융위기 정도의 물가상승률이 올해에도 나타날 거로 전망한 겁니다.
물가에 대한 걱정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고, 민간 금융회사에서 내놓는 전망치보다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이었는데요. 원래 지난 2월에 내놨던 올해 물가 전망치는 3.1%였습니다. 3개월 만에 물가 전망이 확 바뀐 거죠.
“한국은행이 보기에도 생각보다 물가가 많이 오른 거 같다는 거네요.” - 이진우 -
특히 7월과 8월까지는 지금보다 전년대비 물가가 더욱 높아져서, 5%대의 물가 상승률을 보일 거라는 예상까지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금통위 일정이 7월, 8월, 10월, 11월 이렇게 올해는 4번이 남아있는데요. 그래서 물가가 계속 올라갈 것 같은 여름에는 금리를 연달아 인상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1.75%니까 7월과 8월에 0.25%포인트씩 두 번 올리게 되면 기준금리는 2.25%까지 오르게 됩니다. 그 후에도 물가가 크게 잡히지 않는다면 10월에 한 번 더 올려서 2.5%까지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두 번 더 올리는 건 기본이고, 세 번 올리는 거까지는 고민을 한번 해봐야 한다... 올 연말에 기준금리는 그럼 2.25~2.5% 정도로 보면 되겠군요.” - 이진우 -
- 물가는 잡아야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에는 경제 위축 우려가 항상 뒤따르는데...
이런 우려에 대해서 한국은행이 어떻게 볼지는 새로 취임한 이창용 총재의 스타일이 반영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 금리를 두 번 올릴지, 세 번 올릴지 결정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어제 금통위 회의는 이창용 한은 총재가 취임하고 처음 주재한 회의였습니다. 사실상 이 총재의 데뷔 무대였죠. 근데 어제 이 총재의 기자회견에서 물가라는 단어가 50번 정도 언급됐습니다. 지난달 주상영 금통위원이 총재 대신 주재했을 때는 딱 40번 언급했고요. 이창용 총재의 말이 빨라서 그런 거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물가에 대한 신임 총재의 걱정을 확실히 드러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꼭 이걸 세더군요. (웃음)” - 이진우 -
특히 아직도 우리나라 성장세가 올해 2.7%로 3%도 안 되는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가진 잠재 성장률보다는 여전히 높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즉, 금리 인상한다고 성장률이 조금 훼손되더라도, 아직 이 정도 쓴 약을 먹을 수 있는 정도의 경제 체력은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어제의 발언만 보면, 성장 걱정으로 금리 인상을 주저할 분위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올해 두 번에서 세 번의 금리 인상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시장에서 전망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 경제성장률은 약간은 과열이다. 과열이라는 건 성장률이 높은 건 아니지만, 기초체력에 비해서는 잘하고 있다, 이런 말이군요.” - 이진우 -
- 미국 분위기도 봐야 하는데, 어제 연준 의사록 공개되고 시장은 약간 안도했다고?
지난 4일에 있었던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FOMC 회의에서 위원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보여주는 ‘의사록’이 어제 공개됐습니다. 대체로 파월 의장의 얘기처럼 앞으로 있을 두 번의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씩, 즉 두 번의 빅스텝에 나서겠다고 얘기한 건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의사록에서 60번이나 언급이 된 걸 보면 연준도 물가 걱정이 많다, 이런 식의 보도도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의사록을 잘 들여다보면 특이한 표현 하나가 등장합니다. 흔히 사용하는 ‘중립금리’ 대신에 ‘중립적인 자세’, 영어로는 ‘natural posture’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건데요. 이게 무슨 말인가 하실 수 있으니 설명을 좀 더 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중립금리에 도달해야 한다”라고 말을 합니다. 이 말은 ‘지금 물가에 비해서 금리가 너무 낮으니 적정한 물가 상승이 유지되는 딱 좋은 금리, 즉 중립금리까지 금리를 올려야 한다’라는 뜻을 내포한, 비교적 명확한 표현입니다.
그럼 ‘중립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라는 말은 뭘까요. 이 말은 곧, ‘금리 인상이 꼭 아니더라도 물가를 낮추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냐’, 이런 뉘앙스를 가지고 있는 겁니다. 그럼 금리 인상이 아니면 어떻게 물가를 낮추겠다는 걸까요?
지금 연준은 기준금리만 인상하는 게 아니라 ‘양적긴축’, 그러니까 연준이 사들여서 모아둔 채권을 다시 시장에 푸는 것을 다음 달부터 시작할 예정인데, 이게 금리를 올리는 것처럼 시장의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지난달 8일 손경제에서 ‘대차대조표 축소’를 설명하면서 양적긴축에 대해 한번 다루기도 했었죠. 실제로 양적긴축이 한두 번 정도의 금리 인상과 맞먹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금리만 올리면 사람들이 대출을 안 받아가는 걸로 끝나니까, 대출을 갚는 효과까지 주기 위해서 시중에 있는 현금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양적긴축도 같이 한다, 이런 말이군요.” - 이진우 -
결국 중립금리 도달이 목표가 아니라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겠다’는 건, 연준이 양적긴축을 하고 있다는 걸 강조하는 표현이라는 겁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처럼, 금리 인상이든 양적긴축이든 물가만 잡으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앞으로 두 번의 FOMC 회의에서 0.5%씩 올리는 건 이미 예고가 되어 있으니, 그건 예정대로 진행하되 그 이후부터는 이미 양적긴축도 시작된 상태라 계속 금리를 올릴 필요는 없다, 그때 가서 다시 판단하겠다는 뉘앙스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걸 보고, ‘7월 금리 인상 이후부터는 연준이 금리를 무조건 올리는 건 아닐 수도!’ 이런 희망적인 전망이 나온 겁니다.
“뭔가 말을 좀 바꾼 듯한 느낌이네요. 지난달까지만 해도 ‘금리 무조건 빨리 올릴 거다’, 이랬던 분이 ‘금리 올리는 게 꼭 답은 아닐 수 있다는 말을 어디서 하긴 하는데...’ 지금은 이런 느낌입니다.” - 이진우 -
의사록을 보면 “연말이 되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책효과를 재평가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다수의 참석자가 말했다고 합니다. 즉, 4분기쯤 됐을 때 연준의 통화정책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준다고 볼 수 있죠. 이에 어제 금통위 의사록이 나오고 미국의 주식시장도 조금 오르면서, 시장이 다소 안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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