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5/19]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요약

1. 동원 산업, 뿔난 개미들에 놀라 ‘합병비율 조정’

 

얼마 전 손경제에서 동원산업과 동원 엔터프라이즈의 합병 이슈를 다뤄 드렸던 것 기억하시나요? 이 합병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오늘은 이 개미들의 성난 목소리에 결국 합병비율이 바뀌었다는 소식입니다. 

 

동원 엔터프라이즈는 비상장사이면서 동원그룹의 지주회사고, 동원산업은 상장회사라 일반주주들이 주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동원그룹은 동원엔터와 동원산업을 합병해서, 동원 엔터는 사라지고 동원산업이 지주사로 올라가는 합병을 하려고 했습니다. 

 

문제가 됐던 것은 동원그룹 오너일가가 지분을 집중적으로 갖고 있는 비상장사인 동원 엔터의 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하다 보니, 상장사인 동원산업의 주식을 들고 있던 일반 주주들의 지분이 줄어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평가는 주가를 기준으로 이뤄졌습니다. 동원 엔터는 동원시스템즈라는 상장사를 갖고 있는데요, 이 회사는 최근 참치캔을 만들던 기술로 2차전지용 파우치를 만든다고 해서 주가가 오른 상태였습니다. 반면 동원산업은 ‘그냥 참치 잡는 회사 아님?’이라는 인식에 주가가 오르지 않은 회사였습니다. 

 

그래서 소액주주들은 주가로 평가하지 말고 자산가치로 평가하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동원산업은 미국에 스타키스트라는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 회사가 미국 1위의 참치캔 회사라서 순자산가치만 6,000억 원이 넘기 때문입니다. 동원산업이 이번에 이 소액주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주가가 아닌 자산가치로 평가하는 것으로 결정됐습니다. 따라서 동원산업의 합병가액도 약 25만 원에서 38만 원 수준으로 올라가게 됐습니다.

 

“저 회사가 대체 얼마야? 라고 할 때 보는 사람마다 다르니 제일 좋은 건 주식시장이 알아서 잘 평가했겠지, 라고 하면 무난한데... 이 경우는 주식이 너무 저평가되어있다는 상황이라서 ‘어디 한번 장부 가져와서 봅시다’는 거죠.” - 이진우 -

 

- 보통은 오너 일가에 유리한 쪽으로 가는데... 소액주주 손을 들어준 이유는 뭐야?

 

동원산업이 합병을 발표한 시점은 지난달 7일이었습니다. 이게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는데요, 이번 정기주총에서 가장 이슈였던 건 ‘주주행동주의’였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만 하더라도, 이수만 회장이 개인회사를 통해 빼먹는 돈이 너무 많다며 주주들이 지적하면서 주주들이 세운 감사가 선임되기도 했죠. 

 

최근 이런 분위기가 조성된 이유는 일단 동학개미운동으로 소액주주의 숫자 자체도 많아졌고, 또 이들이 국내 뿐 아니라 미국주식에도 투자하면서 ‘한국주식만 들고 있으면 물적분할 당하고 주가 내려가고... 왜 이래 이거?’ 라며 이상한 점들을 알게 된 겁니다. 마침 유튜브 등에서 주식전문가들이 설명도 잘해주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이거 들고 일어나야겠다’는 여론이 조성된 겁니다. 

 

이러한 불만이 힘을 얻으면서 실제로 회사의 변화까지 이끌어내는 마당에 대주주에게만 유리한 합병을 소액주주들이 그저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겠죠. 주주들이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하니 동원 측은 깜짝 놀라서 합병비율을 바꾸겠다고 나선 겁니다. 

 

“합병 주체가 오너일가 회사니까 타이밍을 결정할 수 있잖아요. 갖고있는 본인 회사는 고평가일 때, 합병할 대상의 회사는 주가가 내려간 시점을 선택할 수 있으니... 소액주주들은 우리한테도 좋은 걸로 해라, 아니면 타이밍을 당신이 결정하지 마라, 뭐 그런 얘기겠죠.” - 이진우 -

 

- 이렇게까지 될 줄 회사는 몰랐나?

 

이게 미스테리한 부분이긴 해요. 동원 그룹은 산하에 한국투자금융지주를 갖고 있습니다. 증권사를 가진 그룹이 증권가의 이런 분위기를 모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대부분 그냥 ‘오너는 기업 관성대로 유리하게 결정한 거 아니냐’라고들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자본시장법상 주가 토대로도 평가할 수 있고, 자산가치로도 평가할 수 있으니 법을 딱히 어긴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제 소액주주를 더이상 도외시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죠. 국회에서는 ‘동원산업 방지법’이라는, 합병을 결정할 때 자산과 수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법안까지 발의된 상황입니다. 그래서 최근 회사는 소액주주를 직접 만나기도 하고, 계열사인 증권사에 가서 상의도 해보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무마하기 위해 합병비율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 소액주주들은 합병비율 조정한다는 거, 어떻게 보고 있어?

 

일단 회사가 주주들의 목소리를 들어줬다는 데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연결재무제표'가 아니라 ‘별도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정했다는 건데요, ‘연결재무제표’는 동원산업이 스타키스트가 만든 재무제표상의 자산가치를 그대로 끌어와서 반영하는데, 스타키스트는 자기 몸값을 6,000억 원으로 책정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별도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하면 동원산업이 따로 평가를 내린 스타키스트의 지분가치를 반영하게 됩니다. 동원산업은 이 스타키스트의 지분가치를 원가로 평가한 상태고, 이 원가는 최초 투자금인 4억 달러에 그동안의 적자분을 계속 깎아서 평가해서 현재 1,400억 원으로 평가가 되어있습니다. 여전히 5분의 1 수준으로 저평가가 되어있다는 얘기인 거죠. 

 

또한, 합병 자체가 동원산업 주주 입장에서 사실 좋을 게 없습니다. 이제 동원엔터가 사라지고 동원산업이 동원시스템즈, 스타키스트, 동원F&B 등 굵직한 회사들을 다 거느리는 지주회사가 되는 거잖아요. 원래 동원산업은 비상장사인 스타키스트를 포함해 몇 회사도 거느리지 않고 있어서 스타키스트만 잘되면 그 가치를 오롯이 동원산업이 받아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지주사가 되어버리면 각 지주사의 가치를 간접적으로 반영하게 되는 구조가 되므로, 성장성을 더이상 오롯이 평가받을 수 없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삼성전자의 가치를 100% 반영하지는 못하죠. 쉽게 말하면 덩치만 커지고 평가는 높게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거기다 동원엔터 지분을 가지고 있던 오너 쪽 입장에서는 합병비율을 조정하긴 했지만, 여전히 이번 합병을 통해 지주사가 될 동원산업의 지분을 가져갈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번 합병을 두고 누군가는 “기분 덜 나쁜 합병”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2. 정부, 전월세 신고제 계도기간 연장 논의 중

 

작년 6월 1일부터 전월세 거래가 있으면 신고를 해야 하고, 미신고자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지만, 1년의 유예기간을 줘서 이번 달 말까지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계도기간입니다. 원래 다음 달인 올 6월 1일부터 과태료가 부과되는데요, 현재 정부가 이 계도기간을 연장하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전월세 거래는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합니다. 보증금이 6천만 원을 넘거나 월세가 30만 원을 초과하는 계약이면 신고 대상에 해당합니다. 신규 계약체결일이나 갱신된 계약일 경우, 금액변동이 있는 갱신 계약에 한해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신고하는 것이 원칙이죠. 다만 이미 주택임대사업자나, 홍천군·화천군처럼 경기도를 제외한 도 지역의 군도 신고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주거용 계약이면 주택뿐 아니라 고시원이나 기숙사 같은 준주택이나 공장, 상가 내 주택과 판잣집까지도 해당합니다. 건축물의 유형이나 실사용이 아닌, 계약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상가임대차 계약을 맺고, 거기서 주거를 하는 건 신고대상이 아닙니다. 

 

신고의무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있습니다. 신고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공동으로 함께 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공동신고서를 작성하면 되는데요, 임대차 계약서 원본을 제출하면 공동신고로 간주합니다. 

 

만약 신고하지 않았거나, 공동신고서에 임대인이나 임차인 어느 한 쪽이 누락되어 있다면 그 대상에게 지자체에서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이 계도기간 연장 여부 논의를 검토 중인데, 계도기간은 과태료만 부과하지 않는 거고 유예기간에 계약했다면 신고는 반드시 해야 합니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계도기간이 종료된 후에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냥 계약서 원본을 내기만 하면 된다면, 어느 한 쪽이든 임대차 계약서를 스캔하든, 주민센터에 내기만 하면 되겠네요. 굳이 공동신고서를 작성할 필요없이요.” - 이진우 -

 

- 계도기간 연장하려는 이유는 뭐야?

 

이렇게 신고를 하면 자동으로 확정일자가 부여되는데요, 이 법의 취지가 과태료를 물리려는 게 아니고, 거래를 투명하게 하고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잖아요. 그런데 이 제도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게 연장하려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임대인, 임차인 둘 다 하라는 건 어디 한 쪽이 거짓말할 수도 있어서 그런 거겠네요.” - 이진우 -

 

그 외에도 본격적인 시행에 있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요, 일단 전월세 신고를 하면 추가 과세로 이어질까 봐 임대인이 신고를 하지 않으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월세 신고제를 우회하기 위해 월세 대신에 관리비를 높이는 꼼수도 늘 수 있고요. 월세 60만 원 짜리를 '월세 29만 원에 관리비 31만 원'으로 둔갑시키는 식으로요. 또한, 무엇보다 지자체가 누락된 신고 계약을 찾아내야 하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만만치가 않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전세계약의 경우에는 확정일자를 통해서 지자체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확정일자를 받으려면 임대차 계약서를 제출하고, 보증금이 얼마인지 알 수 있잖아요. 그런데 월세는 확정일자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보니까 지자체에서 어디서, 얼마에 계약을 했는지는 물론이고 계약체결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조차 사실상 없습니다. 

 

이런 것들을 잡아내려면 거기에 또 엄청난 행정인력이 소모되는데, 그런 준비가 아직 미비해서 과태료를 부과하지 못할 바에야 계도기간을 좀 더 연장하자는 논의가 진행된 겁니다. 언제까지 어떻게 연장을 할지는 이번 달 안에 결론이 날 걸로 보입니다. 

 

- 신고는 어떻게 해?

 

관할 주민센터에 방문해서 신고할 수 있고, 온라인으로도 가능합니다. 

 

검색창에 전월세 신고라고 치면 국토교통부 부동산거래관리 시스템 웹페이지가 검색되는데요, 페이지 한 가운데에 커다랗게 ‘신고하기’ 메뉴가 있습니다. 로그인하려면 공동인증서가 필요합니다. 로그인 후에 신고를 하려면 임대차 계약서나 증빙서류 스캔본이 있어야 하는데요, 휴대폰 사진으로도 깔끔하게 계약서 내용만 잘 나오면 그 파일을 쓰셔도 무방합니다. 계약서와 증빙서류를 첨부하지 않으면 임대인과 임차인이 모두 신고를 해야 합니다. 그 외의 신고사항은 계약서를 바탕으로 직접 입력하면 신고가 완료됩니다. 

 

※국토교통부 부동산거래관리 시스템 홈페이지: https://rtms.molit.go.kr/

 

 

 

3. 식용유 판매 제한에 대책 마련 나선 정부

 

얼마 전 손경제에서, 최근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 같은 창고형 할인마트에서 한 사람당 1.9리터짜리 식용유를 하루에 1개 또는 2개만 구매할 수 있게 수량제한을 하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현재 일부 이커머스 업체들까지 사재기 방지 목적으로 식용유 구매 제한에 들어갔는데요,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정부는 어제(18일) 대책 회의를 열고 현 상황 파악에 나섰습니다. 참고로 여전히 대형마트에서는 수량 제한 없이 식용유를 살 수 있습니다. 

 

어제 회의를 통해 정부가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지금 국내 식용유 공급사들에는 2~4개월가량의 식용유 재고가 있습니다.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하지 않고 있지만, 국내 공급사들은 말레이시아산을 사용하기에 수급에 별 영향이 없었습니다. 가장 사용량이 많은 대두유는 미국이나 아르헨티나에서 수입하고 있고, 별도로 대두를 수입해서 국내에서도 따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또한 가정용으로 많이 쓰는 카놀라유나 올리브유도 아직 수입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해바라기유 같은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스페인과 아르헨티나로 공급선을 확대하는 중입니다. 정리하자면, 현재 식용유 가격의 상승은 우려스럽지만,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 공급량이 문제가 없는데, 판매 제한은 왜 하는 거야?

 

우선 정부와 식용유 판매사는 ‘가수요’ 때문이라고 보고있습니다. 공급량은 예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발주량은 최근 2배 정도 늘었거든요. 특히 음식점에서 쓰는 18리터짜리 캔 식용유와 1.8리터짜리 대용량 식용유의 주문량이 최근 급증했는데, 현재 창고형 마트나 온라인에서 판매 수량을 제한하는 것도 대부분 업소에서 쓰는 대용량의 식용유들입니다. 즉, 공급에는 문제없는데, 업소용 식용유 수요는 늘었고, 그런데 유통마저 잘 안 되는 건 업소용 식용유 쪽에 뭔가 다른 일이 있는 게 아닌가 추정해볼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것들만 종합해보면 공급에 별문제는 없는데, 갑자기 수요가 많아지고 사재기하려는 것 같다. 그런 수요가 몰려서 지금 벌어지는 일이다... 라는 거죠?” - 이진우 -

 

정부는 공급에 문제가 없고, 가수요는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거라는 입장입니다. 여차하면 5% 관세를 물리고 있는 대두유와 해바라기씨유의 관세를 한시적으로 0%로 낮추는 카드도 꺼낼 계획입니다. 식용유 업체들도 작년과 올해 초에 이미 가격 인상을 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가격 인상은 없을 거라고 얘기했습니다. 물론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는 이야기긴 하지만요. 

 

요약하면, ‘식용유 가격이 앞으로 오를 것 같으니 사재기 수요가 좀 늘었고 일부 물량 잠김 현상도 보이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 식용유 수급에는 큰 제약 없다. 요소수 사태처럼 중국이 수출 안 하면 모든 게 멈추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가끔 은행에서 '뱅크런' 같은 일이 일어나잖아요. 실제로는 안 위험해도 그렇게 사람이 몰리면 어쩔 수 없이 영업 정지하는 일도 벌어지는데, 그것과 좀 비슷할 수도 있겠네요.” - 이진우 -